소논문 작성 의무에 대한 단상
이번 여름 다른 선생님들과 함께 논문 작성법 및 체계적 문헌고찰 강의를 했습니다. 그리고 강의 전·후 및 연구 모임등에서 질문하시는 대학원생이나 논문을 쓰시고자 하시는 분들을 보면서 떠오른 단상 몇가지를 여기에 남겨 봅니다.
첫째, 논문 작성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점입니다. 논문작성법 및 체계적 문헌고찰 수강하러 오신분이나 연구모임에 오셔서 질문하시는 분들 중에 논문 작성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아니면 자기 급한 마음에 빠른 시간에 금방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았습니다. 논문 작성은 그렇게 쉽지도 빨리 빨리 되는 일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고 인정하는 일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논문은 연구주제를 정하고, 선행연구를 분석하고,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결과를 제시하고 논의를 하는 매우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둘째, 선행연구 고찰의 중요성과 독립된 연구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석박사 학위 논문을 작성해 보지 않은 대학원생들에게 요즈음 대학원에서는 석박사 논문 작성전의 형식요건으로 학술지 1~2편을 요구하는 것 같습니다. 소논문 2편과 학위논문을 별개로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너무 많은 부담과 어려운 과업입니다. 그동안 구조방정식, 다층모형, 메타분석등의 양적연구를 하면서 기초통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연구주제에 대한 선행연구 분석이 충분하지 못한 분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요즘 제가 드는 생각은 한가지 주제, 한가지 연구방법에 천착하면서 기본서를 이해하고 많은 적용 논문을 보는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더욱더 많이 듭니다. 논문을 써보지 않은 분들일수록 학위논문의 연구 주제의 선행연구들에 대한 체계적 문헌 고찰을 충분히 해 보기를 권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소논문으로 작성해 본다면 연구에 대한 이해도 생기고, 학위논문의 서론, 다음의 문헌고찰로 활용도 가능하다는 생각입니다. 섣불리 잘 모르는 주제, 연구방법을 적용하려고 하기 보다는 학위 논문 주제에 대한 이해에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셋째, 학위 논문을 위한 결과 분석을 독립된 연구로서 소논문으로 제출해 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것은 제가 논문작성법 및 체계적 문헌고찰을 위해 교과서와 학술지등을 리뷰하는 과정에서 다른 기본서에서도 추천하는 것이었습니다. 학위논문을 위해서 자기가 쓰고자 하는 연구방법을 적용해서 실제 분석결과를 정리해 보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소논문을 작성해서 제출해 보고, 리뷰를 받는 것은 그 자체가 매우 큰 학습효과가 있고, 그것이 학위논문을 작성하는 과정에 매우 도움이 되는 일일 것입니다. 연구방법 하나를 학습하고 적용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각 과별로 그리고 각 대학에서 연구방법에 대한 강의 및 지원이 충분하지 못한 한국의 대학원 현실에서는 더욱더 어려운 일입니다. 최근에 학위논문 프로포절을 하면서 구조방정식, 다층모형, 메타분석 등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이 학위논문 연구방법으로 고급 통계 기법을 선정하고 발표했다는 분들을 여러명 보았습니다.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자기가 학위논문에서 적용하고자 하는 방법에 대한 지식이나 이해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프로포절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많이 놀랐습니다. 석박사 학위논문 작성전에 그 적용 방법을 공부하고 그 결과를 논문으로 작성해 본다면 매우 많은 공부가 되고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당부드리고 싶은 말씀은 자기가 왜 이 연구를 하는지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써보면 좋겠습니다. 글을 잘쓰는 사람은 선천적으로 타고나기도 하겠지만, 우리가 쓰려는 논문은 많은 선행연구에 대한 이해와 정리가 필요한 일 같습니다. 양적연구방법을 공부하고, 강의하고, 저도 논문을 의미있게 써보려고 늘 고민하는 입장에서 최근 강의나 연구모임 등을 통해 뵈었던 분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을 잊어버리기전에 남겨 봅니다.
우리 모두가 자기가 하고 있는 일과 관련해서 의미있는 연구를 해 봄으로써, 그냥 살던대로 사는게 아니라, 근본적인 질문을 해 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이 우리가 하고 있는 일, 우리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최근에 가짜 학술대회, 가짜 논문 등에 대한 소식과 선한 영향력을 주려고 애쓰는 아이돌 그룹에 대한 소식을 들었습니다. 논문을 쓰고 연구를 하는 일이 긍정적인 영향을 주려면, 많은 생각과 고민, 그리고 현재까지 어떤 고민들이 있었는지 찾고 정리하는 일부터 차근 차근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무더위가 정도가 아닌 폭염이 지속되는 밤에~~~~~
이흐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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